2017년 10월 1일 일요일

좋은글 거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거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 속에는 사십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너무도 생경스러운 여인이 보였습니다.

저리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 나의 모습이라며

거울속에서 또다른 내가 말하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까맣게 눈망울 굴리던 그 총총함은 어디다 버려 두고

실핏줄로 거미줄을 지어 핏발선 눈빛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고

군데군데 깊이 패여진 주름사이로

옹송그린 세월은 덧없이 흘렀습니다.

그리고...얼굴에 깊게 각인된 놓아 버리지 못한 그리움이

그대로 거울 속에서 보여졌습니다.

그 피폐한 얼굴 위로 당신의 모습이 겹쳐져 옵니다.

나만큼이나 우울한 얼굴로 나 만큼이나 힘겨운 몸짓으로

나 만큼이나 공허한 눈빛으로 그렇게 당신은 내게 보여졌습니다.

내 모습보다 당신의 모습이 더욱 아려와 눈앞이 또 흐려집니다.

이젠.. 그만 해야 하겠습니다.

당신의 힘겨운 모습에 내가 아파서

굵은 밧줄로 옭아 맨 인연의 끈을

날카로운 비수로 동강동강 잘라내야겠습니다.

이제 잡고 있던 손 놓아 주어야 되겠습니다.

그대를 향해 사랑이라 이름 지었던 집착도 놓아 버리고

그대를 향해 그리움이라 이름 지었던

원망도 이젠 다 놓아 버려야겠습니다.

이젠 내 곁에서 그대를 보냅니다.

그대, 이제 자유로워라..

나비처럼 훨훨 날아 자유로워라..

새처럼 멀리 날아 올라 자유로워라..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자유로워라..

모질고 질긴 인연의 끈 놓아 주리니

그대도 이제 내게서 자유로워라..




어느 나이에 이르기 전에는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법이다.

어는 나이에 이르기 전까지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이치가 있는 법이다.

어느 나이에 이르기 전에는

감히 도달할 수 없는 사유의 깊이가 있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세월이다.

시간이 퇴적층처럼 쌓여 정신을 기름지게 하고

사고를 풍요롭게 하는, 바로 그 세월이다.

그러므로 세월 앞에는 겸허해야 한다.

누구도, 그 사람만큼 살지 않고는

어떤 사람에 대해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누구든, 그 사람과 같은 세월을 살아 보지 않고서는...


세월 - 김형경





수많은 이별이 슬픔을 만들고

수많은 눈물이 사람을 만들어 간다

좋든 싫든 스위치를 켰다 끄듯이 사건은 터지고

우리네 사랑도 왔다 간다

그동안 내게도 백열등만한 아이가 자라 방을 비춘다

아가야, 엄마는 술이 필요하구나

생존의 회전목마를 돌리느라 오래된 와인처럼 자신을 가꾸지 못했구나

샤워기가 술을 거칠게 쏟아내듯이

다시 열렬한 청춘의 리듬을 타고 싶구나

아가야, 엄만 그리운 것이 많단다.

군중, 사내 냄새, 여행, 따뜻한 돈....

사내, 사랑 있어도 없어도 골 아프고

제일 흥미진진한 사람은 우리 자신임을 기억하고 싶구나

어쨌든 삶은 아름다워야 하고 자주 영혼의 기척을 느껴야 한단다

아이와 '엄마야 누나야'를 함께 부르며

아름다운 밤거리에 몸을 맡기니

사방 천지 술이 내게로 흘러온다

올해 장미꽃이 몇 번 피었는지 아니?

이상기온으로 네 번 피고 졌단다

이상기온으로 태풍이 자주 와도 두렵지 않단다

우리 아가와 폭탄의 차이는

가슴에 품고 싶다 품기 싫다는 거고

전쟁이나 대구 참사처럼

사람이 만든 재앙은 어미가 막을 순 없지만

네가 그린 코끼리를 하늘로 띄울 수 있고,

어미의 눈물로 한 사발 밥을 만들 수 있고,

어미의 배터리가 다 될 때까지 희망의 폭동을 일으킬 수 있지

고향 저수지를 보면 나는 멋진 쏘가리가 되고

너를 보면 섬이 된단다

너라는 근사한 바다를 헤엄치는 섬

포대기를 두르고 한 몸이 되어 자전거를 타면

어디든 갈 것 같지

내 몸속에 번진 너의 체온향기가 퍼지는

구름같이 모든 것의 시작을 뜻하지

너와 있으면 뭐든 바꿀 수 있고

맨날 어미는 다시 태어난단다


신현림 / 싱글맘